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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씩씩이

10년 다닌 대기업 드디어 퇴사! (feat. 30대 중반 미혼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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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8일 입사,

2020년 7월 10일 퇴사.

만으로 9년 8개월, 3,533일 근무.

 

나는 사실 운이 정말 좋은 편이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도

면접을 보면 떨어진 적이 없었고,

심지어 10년 다닌 이 (이름은) 대기업은

이력서도 쓰지 않고 이직을 하게 됐으니 말이다.

 

입사하고 처음 사원증을 목에 걸던 날,

그 기분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뿌듯하고 자랑스러워하던 내 가족들의 표정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기쁘고 행복했던 시간은 지나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마음으로 회사를 다니게 된 게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못했다.

 

대기업에 다녀야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고,

조금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고,

지금까지 다닌 시간을 생각해서

결혼하고, 아기 낳고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터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사실 내 입장에서

30대 중반, 결혼도 하지 않은 여자가

10년을 다녀서 익숙하고, 나름 안정적인 (이름은) 대기업을

그만두기란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이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한몫했다.

 

매일매일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살았다.

그런데 더 이상 인생을 그렇게 살고 싶지가 않았다.

 

물론 호빵이 없었다면

지금도 여전히 하루하루 그렇게 낭비하며 살고 있었겠지.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잘 생각했다고, 뭐든 다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해줬고 축하해줬다.

 

그렇게 10년 다닌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나는 제일 먼저

돈을 써댔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샀다. 계속 샀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 우선 노트북을 샀다.

 

사실 호빵이 노트북을 사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내가 작년 5월에 사서 쓰던 노트북을 호빵이 쓰고

나는 새로운 노트북을 하기로 결정.

 

안 그래도 작년에 산 노트북에는 펜 기능이 없어서

늘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흐흐흐흐흐

 

 

 

 

 

 

 

인터넷으로 사면 조금 더 저렴했겠지만,

홍대에 있는 삼성 디지털 플라자로 갔다.

평일 낮에 매장에 가서 마음에 드는 노트북을 고르고,

바로 들고 나오는 거.

나도 그런 거 좀 해보고 싶었다. ㅋㅋㅋ

 

S펜이 노트북에 포함돼 있긴 하지만

블루투스 팬을 득템 할 수 있었다.

 

 

 

 

 

 

예전 노트북보다 크고, 무겁긴 한데

멋. 있. 다. ㅋㅋㅋㅋㅋ

노트북 이름도 멋있게

삼성 플렉스 알파.

 

 

 

 

 

 

 

사무실을 계약하고 사무실에서 쓸 모니터도 샀다.

듀얼 모니터 기본 아니냐그. ㅋㅋㅋ

 

모니터는 인터넷으로 주문.

한성컴퓨터.

가격도 저렴하고 배송도 빠르고 포장도 아주 맘에 들었다.

 

호빵도 써야 하기 때문에 두 개를 주문.

 

 

 

 

호빵과 함께 첫 출근.

사무실은 집 근처의 공유사무실로 결정했고,

책상이 두개 있는 2인실로 선택했다.

 

첫날 휑~ 했던 사무실.

책상, 의자, 책장, 서랍처럼 기본 집기가 제공되고,

프린터는 공용.

 

 

 

 

 

 

그리고 인터넷 강의를 신청했다.

평소 관심 있게 지켜보던 Class 101에 내가 듣고 싶은 강의가 많아서

이것저것 신청하다 보니 지금 4개 수강 중. ㅋㅋㅋㅋㅋ

 

그리고 하비풀에서 하는 메리진의 스마트폰 그림 그리기 강의까지.

 

평소에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것들

평소에 사고 싶었는데 못 샀던 것들을

큰 고민 하지 않고 막 하고, 막 샀다.

 

 

 

 

 

 

 

그다음 핸드폰 번호를 바꿨다.

핸드폰 번호를 바꾸는 김에 핸드폰도 바꿨.. ㅋㅋㅋㅋㅋ

지금까지 아이폰을 계속 써왔는데

저 갤럭시 Z플립이 왜 이렇게 이뻐 보이는 건지.

 

 

 

 

 

 

호빵은 지금 스마트폰 4년인가 썼는데,

심지어 우리 엄마거보다 구린 거 쓰는데..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렇지만..

노트북은 삼성인데 핸드폰도 삼성이어야 시너지가 나는 거니까...

 

아 근데 노트북에 핸드폰 연결되는 거 나만 몰랐냐고. ㅋㅋㅋ

핸드폰으로 문자도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사진도 바로바로 동기화되고.

신세계여 신세계!

 

 

 

 

 

 

사실 회사를 언젠가 그만둘 거라고 막연히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그만둘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10년이란 세월을 보낸 곳이니까.

26살에 입사에서 36살이 됐으니까.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시기를 보낸 곳이니까.

가장 열심히,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했으니까.

 

혼자 밤을 새우며 일한 적도 많았고,

퇴근해서 자려고 누워있다가 다시 출근을 한적도 있었고,

가슴 벅차게 뿌듯했을 때도 있었고,

서럽고 아쉬운 마음에 속상했던 적도 있었고,

행복하고 기뻐서 배 아프게 웃었던 적도 있었고,

출근하는 일이 그저 즐겁고 설레었던 그런 적도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면 어떤 기분일까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막상 회사를 그만두니 담담한 마음이었다.

생각했던 거처럼 후련하지도,

그렇다고 또 아쉽지도 않았다.

 

마지막 출근을 하고 내 짐을 챙겨 돌아오는 길에는

운전을 하면서 혼자 좀 울긴 했다.

좀 아니고 많이 울긴 했다.

허무한 마음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처음 일주일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동안

많이 어색했고 불편했다.

근데 또 한편으로는 더럽게 좋았다. ㅋㅋㅋ

 

딱 일주일 쉬었고,

새로운 일을 준비 중이다.

사실 아직도 가끔 실감이 안 날 때가 있긴 하다.

가끔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근데

거기서 했던 만큼, 아니 그 반만큼만 해도

뭐든 다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아, 이제 돈은 그만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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